다음 날, 크리스틴 펜은 주엽역에서 이서윤 경위를 다시 만났다.
"여기서 다시 만나네요."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를 입은 크리스틴 펜이 말했다.
"그러게요. 이게 과연 우연인지는 그건 하늘이 알겠지요." 이서윤 경위가 말했다.
"그나저나 주엽역 근처엔 무슨 일로 온 거죠?"
"노래하는 분수대 근처에서 경호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사람이 살해당했거든요."
"뭐라고요?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요?"
"그래서 탐문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단서가 나온 것이 없어서 아주 말이 아니야."
"분명 수사가 진전될 거에요."
"마음은 고마운데, 행여나 그런 위험인물이 모습을 보이면 경찰에 연락해줘요."
"알았어요."
집으로 돌아온 크리스틴 펜은 의문의 일기장을 폈다.
20XX년 2월 23일.
오늘은 어느 대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뭐, 마지막을 장식하는 날인데 무슨 상관이랴?
많은 이들이 졸업장을 든 채로 사진을 찍고 야단이었어.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고.
그 날 밤, 졸업 앨범 사진을 둘러보던 한 사람이 진작에 정장을 사달라고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했어.
평소에 쓰레기같은 것들을 강요했으니 그럴 시간도 없지, 이에 대한 반감으로 하지 않았던 건데.
그 이야긴 내가 죽는 날까지 앞으로 다시 할 일은 없을 거야.
정장 없는 사람으로 불리는 이야기 따위 말야.
5시간 후, 크리스틴 펜이 이서윤 경위의 전화를 받았다.
"경위님?"
"아무래도 노래하는 분수대 근처에 살해당한 사람...... 원당역 근처 장미동산에서 발견된 시신하고 연관되어있는 것 같아."
"뭐라고요? 무슨 연관이 있는지 말해줄래요?"
"둘 다 경호원이다는 사실이야."
"이런......! 의문의 일기장에 나온 장소대로에요."
"뭐? 의문의 일기장이라면 지난 번에 말한?"
"네."
"알았어. 내일 다시 연락하자."
"신촌로터리 근처 카페는 어때요?"
"그게 좋겠다."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있는 크리스틴 펜을 본 집주인 주예린이 의문의 일기장을 가리키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누군가가 쓴 일기장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네."
"그런데?"
"그 의문의 일기장에 정장 없는 사람 이야기를 쓸 정도면 정장을 구할 돈이 없다는 뜻으로 쓴 것이 아닐까는 생각이 들거든.
졸업 앨범 사진 이야기 운운하면서 말이지."
"그걸 어떻게?"
"2014년 5월이었나? 그 날 졸업앨범 촬영이 있었어. 몇 명은 졸업앨범 촬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정장을 가진 사람에게 빌려달라는 말이 아주 장난이 아니었지."
"어쩌면 2015년 2월 23일에 쓴 내용이 그거하고 관련되어있을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정장을 구할 돈이 없다는 말이 나온 걸까?"
"그 문제 답을 찾으려면 적어도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과 관련한 사람을 찾아보는 편이 나을 거야."
"크리스틴. 의문의 일기장 이야긴 너와 나, 그리고 아까 너에게 연락을 한 사람 외에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아까 내게 연락한 사람이라면 형사 말이지?"
"맞아."
그 다음 날, 졸업사진과 관련한 이야기에서 단서를 얻은 크리스틴 펜은 신촌로터리에 갔다.
"혹시 Y대로 향하려고 둘러보는 거라면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이서윤 경위의 동료인 김혜나가 말했다.
"아뇨, 됬어요."
"그 말이 나올 줄 알았어요. 어제 2명이나 살해당했다는 소식 들었죠?"
"의문의 일기장에 적힌 장소 그대로죠."
"뭐라고요? 의문의 일기장?"
"네. 인사동의 한 책방에서 이름이 없는 의문의 일기장을 찾았거든요. 우연히 둘러보다가 말이죠."
"맙소사...... 누가 들으면 예언서처럼 들리는데 일기장치고는 광장히 이상하죠. 나라도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그나저나, 이름이......"
"크리스틴이라고 불러요."
"크리스틴, 의문의 일기장에 적힌 장소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로 보아선 아마도 그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이 한 사건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게 분명해요.
누가 썼다고 적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이럴 수가......!"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를 입은 크리스틴.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는 그 정도로 하고, 근처 카페로 가볼까요?"
"저야 괜찮죠."
신촌로터리에 있는 한 카페로 장소를 바꾼 크리스틴 펜과 김혜나 형사는 신촌로터리 근처 사진관에 걸린 사진들 이야기를 하였다.
"꽤 예쁜 미소를 보면 웃음이 나네요." 크리스틴 펜이 말했다.
"그러게요. 경찰이 되려고 경찰대에 이력서를 작성할 때도 비슷한 심정이었죠." 김혜나 형사가 말했다.
"아 참! 제가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를 입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죠?"
"디자인을 보고서요. 그거 얼마나 비싼지 상상이 안 가네요."
"한 10년 전이었나? 생일 선물로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를 받았거든요."
"10년 가까이나 입을 정도면 애착이 있는 모양이네요."
"그러게요."
"분명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은 반드시 밝혀지게 될 거에요. 언제라도 말이죠."
"그러길 바라야겠죠."
"김 형사?" 이서윤 경위가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이 반장님!"
"의문의 일기장을 아는 크리스틴하고 함께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반장님도 단서를 찾은 모양이네요."
"맞았어. 신촌로터리 근처 S대 입구 근처 화단에서 사진 한 장을 찾았는데, 의문의 일기장을 남긴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말이지."
이서윤 경위가 사진을 보여주자, 크리스틴 펜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 사진 속 장소...... 안산시 어딘가에 촬영한 것 같지 않나요?"
"안산시?"
"네! 파란 병정을 조종하는 사람하고 사진을 찍은 모양이에요."
"어?"
"반장님?"
"파란 병정을 조종하는 사람과 찍은 사진 속 장소 근처 음식점 안에 누군가가 있는데?"
"검은 색안경을 쓴 사람?"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다는 건가."
"정말이지 모르겠네요."
"일단 그 문제의 장소로 가볼까요?"
"문제의 장소가 안산시에 있어서 그건 안산시 경찰에 맡기는 편이 좋을 것 같......"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 사진 속 장소를 찾아서 의문의 일기장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야하는데."
"맞아요. 이번에 일어난 사건하고 관련되어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좋아. 그 장소로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자. 사진 속 장소를 가는 건 나하고 김 형사가 할 테니까 크리스틴은 계속해서 신촌로터리를 둘러봐줘."
"알았어요."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해줘!"
그리하여 이서윤 경위와 김혜나 형사는 안산시로 갔고, 크리스틴 펜은 신촌로터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