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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별이 지다
작가 : 올서리
작품등록일 : 2021.12.13

언제부턴가 세상에 닥친 기후의 변화, 환경파괴, 그리고 인간성의 상실 등의 현상이 우리와 가까운 어느 별의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연호는 그 별의 흔적을 쫓아 어떻게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한다. 초신성과 고래, 오로라, 그리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

 
#6. 기억 (2)
작성일 : 21-12-27 20:32     조회 : 457     추천 : 3     분량 : 6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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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기를 맞은 연호의 호기심은 점점 더 깊고 커져만 갔다. 우주나 지구를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나 공상과학 소설, 영화 같은 것들은 빠짐없이 찾아보았고, 세상에 떠도는 온갖 음모론이나 외계인, 미확인 비행물체 등에 관한 것이라면 자다가 말고도,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미친 듯이 관심을 보이며 몰두했다. 연호가 좀 지나친 면이 있었지만, 연정과 연민도 우주나 별에 대해서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언제나 함께 이야기를 나무며 자신이 아는 지식들을 공유하곤 했다.

 

  “누나, 누나! 이번에 내가 이 책을 읽고 알아낸 건데,”

 

  “어떤 책인데, 이리 줘봐.”

 

  “책은 왜? 또 잔소리 하려고 그러지?”

 

  “야. 이 책은 그냥 흥미를 끌기 위해서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막 쓴 거야.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고!”

 

  “아닌데.....”

 

  “아니기는. 내가 책 좀 가려서 보라고 했지? 너는 너무 쉼표가 없어. 좀 차분하게 가려서 받아들이라고 그랬잖아.”

 

  “맞아. 오빠는 뭐 좀 신기한 게 있으면 너무 흥분해서 탈이야.”

 

  “넌 조용히 하고 가만히 있어.”

 

  “싫어! 괜히 언니한테 혼나고 나한테 화풀이야.”

 

 우주에 관한 남매들의 지식은 또래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연호에게 우주와 별은 가족과 함께 세상의 유일한 즐거움이자 안식처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온 사방을 헤매다가 돌아갈 곳은 집뿐이었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곳 또한 집뿐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과 지나친 음모론에 빠져있던 연호는 당시 어떤 책을 읽고 별이 죽는다는 충격에 이어 인생의 두 번째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그때까지 경험했던 것들보다는 그나마 긍정적인 충격이라 할만 했다. 그 책을 쓴 저자는 우리가 인종과 시대를 뛰어넘어 하나같이 별들을 노래하고 찬양하며, 그 영롱한 빛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나온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시대가 변하고 문명이 바뀌어도 인류는 늘 별을 동경해 왔는데, 그것은 별들을 이루는 물질과 우리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 같기 때문이며, 결론적으로 별들은 우리들의 어머니이자 고향이면서, 모든 생명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는 태생적으로 별들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으며, 그곳으로 돌아가려는 귀소본능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과 우주에 대한 부정적이고 어두운 생각으로 가득 차있던 연호에게 너무나도 깊은 울림을 주었고,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우주의 가스와 티끌로부터 만들어진 별들이 어떻게 우리의 몸과 성분이 같을 수 있을까. 그 멀고도 차가운, 빛 한줄기조차 없는 곳에서 태어난 별들이 어떻게 인간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 먼 곳의 별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일까.’

 

 연호는 별들의 삶을 동경했다. 별들은 자체적인 양분을 가지고 태어나 주변의 다른 것들을 쓰러뜨리거나 짓밟는 일 없이 우주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일생을 살아가지만, 인간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나 끊임없이 남을 해치고 쓰러뜨려, 닥치는 대로 제 속을 채워야만 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과거에도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저 먼 하늘의 별들은, 유한한 생명을 가진 별들은 연호에게 있어서 깊은 고민과 근심의 대상이자 추종의 대상이었고, 자신의 중심을 잡아주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안개가 가득한 새벽이었다. 연민이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녀는 시장 사이로 서둘러 걸어가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연 일부 가게의 상인들만이 장사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뿐, 인적은 드물었다. 연호는 동생의 뒤를 따라 집에서 나온 후, 평소처럼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은 정류장을 향했지만, 시선은 반대편 시장통으로 가고 있는 연민을 향하고 있었다. 시장을 따라 쭉 이어지는 그 길의 끝은 더욱 짙어진 안개 때문에 전혀 보이질 않았고, 그 길을 따라 가던 연민의 모습도 어느 순간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늘 다니는 등굣길이니 안심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연호는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어 동생이 가고 있는 쪽으로 급히 발길을 돌렸다.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던 주변과 희미하게나마 연민의 뒷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오던 시장의 모습과는 어딘지 달라보였다. 사람들은 무표정했고, 상인들이나 행인들은 안갯속을 걷고 있는 연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기분이 나빠진 연호는 큰소리로 동생을 부르며 곧장 뛰기 시작했다.

 

  “연민아!”

 

 그 소리에 연민은 뒤를 돌아보았고, 오빠를 보더니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쳤다.

 

  “야, 왜 그래? 나야!”

 

 그녀는 천천히 뒤로 돌았고, 이내 도망치듯 달렸다. 연호는 기가 막혔다. 혹시 자신의 뒤에 다른 무언가를 보고 놀란 것은 아닌가 싶어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연호는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오빠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힘껏 소리쳤다. 연민은 그럴수록 더 빨리 내달렸고,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안개는 점점 더 짙어져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었고, 연민의 모습도 차츰 그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연호는 죽을힘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연민아!”

 

 창가로 쏟아지는 빛은 드리워진 암막 커튼을 뚫을 것처럼 강렬했다. 태양은 벌써 하늘 높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침대위에 누워 있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은 답답한 꿈이었다. 자신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깬 연호는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한동안 멍한 상태로 천장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오빠, 괜찮아? 나 들어간다!”

 

 연호는 동생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응, 들어와.”

 

 연민은 마침 오빠를 깨우러 2층에 올라오던 중이었다.

 

  “왜 그래, 오빠?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연민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연호는 민망함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사방으로 뻗친 머리를 쓸어내리며 동생에게 말했다.

 

  “야! 너는 왜 지금 여길 올라온 거야?”

 

  “오빠, 깨우려고. 청소도 좀 하고.”

 

  “거, 왜 남의 꿈에 나타나서...”

 

 연민은 그제야 안심을 하며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왜? 내가 꿈에 나타나서 오빠를 괴롭혔어?”

 

  “아, 몰라! 나한테 할 말 있으면 내 앞에서 직접 말해. 괜히 꿈에 나타나서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가뜩이나 잠도 모자라는데 말이야.”

 

 연민은 웃으며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연호가 덮고 있던 이불도 확 끌어당기며 장난을 걸었다.

 

  “야, 야. 왜 이래? 무슨 집안에 질서가 없어. 혼난다?”

 

  “지금이 대체 몇 시니? 환기도 시키고, 청소도 해야지. 주변을 좀 봐. 이 책들은 다 뭐고, 노트북도 켜있고. 으이그, 누가 보면 오빠가 무슨...”

 

  “내가 뭘?”

 

  “아니 됐고, 어서 정신 차리고 씻고 밥 먹어.”

 

 연호는 잔소리를 하는 동생을 보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벌써 출근을 했어야할 애가 이 시간까지 집에 있다니, 또 무슨 일인가 싶어 불안했다.

 

  “야? 근데, 너 왜 이 시간에 출근 안하고 집에 있는 거야? 혹시 또 잘렸냐?”

 

  “으이그, 아냐, 그런 거. 오늘은 시내에 있는 서점으로 바로 출근해서 할 일이 있어. 좀 늦게 가도 돼.”

 

  “그,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연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벌떡 일어나 서두르기 시작했다.

 

  “잘됐다! 나도 마침 애들 시험기간이라 이따 늦게 수업 하나만 하면 되는데, 같이 나가자. 오빠가 서점까지 같이 가줄게.”

 

  “그럴 필요 없는데? 나야 괜찮지만, 오빠가 너무 힘든 거 아냐?”

 

  “괜찮아. 동생이 백년 만에 외근을 나가신다는데, 그 정도도 못 해주냐, 이 오빠가?”

 

 연호는 마치 자기 일처럼 들떠있었고, 지난밤의 온갖 잡념과 꿈의 잔상으로부터 말끔히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심의 번화가에 위치한 서점까지는 교통이 아주 혼잡했고 주차도 힘들었지만, 동생을 위해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운전을 했다. 서점으로 가는 동안 이런 일이 처음인 연민은 내내 긴장하는 눈치였다. 이럴 때 오빠로서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언뜻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동생의 마음이 전해져 괜히 안쓰러웠다.

 

  “야.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자신 있게 해. 오빠가 매장에 있을 테니까, 힘내고.”

 

 연호는 동생이 서점 안쪽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곧장 매장으로 내려왔다. 한동안 서점을 오지 못했던 연호는 마침 잘 됐다는 생각에, 연민이가 일을 다 볼 때까지 매장을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예전부터 서점을 찾을 때면 연호가 가는 코너는 언제나 정해져 있었다. 우주와 별, 인류의 기원에 관한 서적들, 사진 및 미술과 관련된 책이나 화보들, 그리고 아버지의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을 둘러보는 것이 정해진 코스였다. 먼저 과학 코너에서 우주에 관련된 서적들을 뒤적이던 연호는 새로운 신간들을 둘러보았다. 웬만한 책들은 모두 읽거나 이미 소장하고 있었는데도, 그의 책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었다. 별의 일생이나 우주의 탄생에 관한 몇몇 신간들이 벌써 그의 눈에 들어왔고, 책을 쭉 훑어보면서 맘에 드는 책을 골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으로 연호는 매장의 컴퓨터를 뒤져 ‘연’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책들을 검색해 보았다. 자식들의 이름 앞 자를 따서 지은 아버지의 출판사였다. 연호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야의 책이라 할지라도 거기서 출간한 책이라면 뭐든 구입했다. 그것이 그나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이 책, 저 책을 뒤지며 읽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다.

  ‘그래, 6시까지 학원에 도착하면 되니까 연민이랑 이른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야겠다.’

 그때 휴대폰으로 문자가 들어왔다. 동생이었다.

 

  「나, 20분 정도 있으면 끝날 것 같아. 바쁘면 먼저 가고, 아니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연호는 마지막으로 한군데를 더 둘러보기로 했다. 시집을 모아놓은 코너였다. 무슨 계기가 있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그는 시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악가, 소설가, 화가와 같은 명칭이 아닌 ‘시인’은 시인일 뿐이었다. 먼저 인간이 되어야만 진정한 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과 온 우주의 진리, 그리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들을 그 짧은 언어로 담아내는 시야말로 진정한 예술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연호는 고대의 시가부터 근대와 현대의 시까지 두루두루 관심을 가졌다. 철학적이면서 격조 높은 인격의 향기를 내뿜는 시도, 인간의 밑바닥 감정을 읊은 시도, 고단한 시대의 아픔을 절절히 노래한 시도, 인간의 다양한 사랑을 찬양하는 시도 있었지만, 지금 그의 손에는 어느 사막에 사는 한 오지인의 시가 책이 들려있었다. 그 오지인은 시를 쓴 것이 아니리라.

 

  「우리가 죽는 날

 하늘 먼 곳에서 바람이 불어와

 우리의 발자국을

 지우리라.

 

 우리가 걸어가면서 남긴

 흔적들을

 바람은 먼지로

 덮어버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직도 우리가 살아있는 것처럼

 다들 오해할 테니까.

  - 남부 칼라하리 사막의 어느 부시맨이 쓴 시 - 」

 

 연호는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무언가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오직 머리로만 세상을 느끼고 걱정하는 자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통찰력과 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더불어 치열하게 목숨을 의지해 사는 이 오지인의 글에는 보통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그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비록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자신의 무의식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무언가를 딱 건드린 느낌이었다. 그 글을 있는 그대로 보면, 그저 사막이라는 황량한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과 죽음을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소에도 인류와 세상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연호의 눈에는 그 글이 단순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글을 쓴 이는 진정 미래에서 온 사람일수도, 세상의 끝을 보여주려고 우리에게 온 전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연민은 일을 끝내고 벌써부터 오빠 옆에 서 있었다. 연호는 손에 책을 들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연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오빠를 불렀다. 화들짝 놀란 연호가 돌아보며 말했다.

 

  “응, 응. 언제 왔어? 다 끝났냐?”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 누가 보면 정신 나간 줄 알겠어.”

 

  “아, 아냐. 어떻게, 이제 가도 되는 거야?”

 

  “응. 이제 회사 들어갔다가 보고하고 퇴근하면 돼.”

 

  “들어가기 전에 같이 밥이나 먹고 가자. 시간 괜찮냐?”

 

  “난 괜찮아. 오빠는?”

 

  “당연히 안 괜찮지. 너를 위해 없는 시간을 내는 거니까, 고맙게 생각해라. 그나저나 볼일은 잘 봤어? 얘기 좀 해줘봐.”

 

  “뭐, 그냥...”

 

 연민은 웃으면서 말을 흐렸지만, 나름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덩달아 연호도 기분이 좋아졌고, 오랜만에 환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서점을 나섰다. 연민도 밝은 표정으로 뒤쫓아 가다가, 계산대에서 책을 잔뜩 계산하는 오빠를 보며 물었다.

 

  “오빠는 또 무슨 책을 이렇게 샀어? 어디 줘봐. 정신 건강에 해로운 건 읽지 말라니까.”

 

 연민은 오빠가 구입한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빠? 집에 이런 종류의 책은 이미 너무 많지 않아? 이런 거 그만 좀 사고, 평범한 책 있잖아, 자기 계발서라든가, 가벼운 소설 같은 거, 그런 것들로 좀 읽어 보는 건 어때?”

 

  “야. 누가 보면 네가 누나인줄 알겠다. 시끄러워, 얼른 따라와.”

 

 연호는 동생과 식사를 마친 후 학원으로 향했다. 연민을 회사까지 바래다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했다. 미안해하는 오빠를 남겨두고 그녀는 괜찮다며 얼른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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