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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세상이 멸망해서 엔딩 다시 씁니다.
작가 : 한잎이
작품등록일 : 2020.9.30

"헌신하면 헌신짝 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은 과로사로 죽습니다."

공포 게임을 만들던 여주, 이지은. 그녀가 만들던 <블러드 필드에서 탈출하는 방법> 프로젝트가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엎어져 버린다.

그렇게 굴려댔으면서 엎어버린다고? 분노한 그녀는 게임의 모든 엔딩을 배드 엔딩으로 바꿔 버렸는데… 잠시만요. 그런데 제가 이 세상에 떨어질 거라는 경고는 없었잖아요!

원작의 게임 속엔 없던 캐릭터, 헤르미안으로 빙의하게 된 지은이. 게임 속 배경인 에니타스가 크리처 천지인 블러드 필드로 변하기 전에 탈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보지만. 동서남북, 사방이 배드 엔딩 뿐이다.

별별 노력을 다 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헤르미안. 그녀의 앞에 낯선 생명체가 나타난다.

“나랑 계약을 맺자, 헤르미안. 마법청년이 되어 세상을 지켜보자고.”
그렇게, 기존에는 없던 히든 루트인 <가디언 특별 전형> 루트를 타게 된 헤르미안.

과연, 지은이는 이 세계의 엔딩을 제대로 다시 쓸 수 있을까?

 
02
작성일 : 20-09-30 18:05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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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들은 지금껏 쉽고 안정적인 길만을 택해왔습니다.>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인 괴물이 주인공을 향해 말했다. 이내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아니라구요? 에이, 그럴 리가. 어렵고 힘든 길을 택했더라면 이런 엔딩을 볼 리가 없거든.>

 

 메신저의 얼굴에 비열한 웃음이 걸렸다.

 

 <그래, 좋아요. 지금까지 쉬운 길이 아니었다? 여러분들은 시키는 대로 다 했고 하라는 대로 다 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왜 내가 배드 엔딩을 봐야하는지 모르겠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모니터 화면을 보던 지은은 다음 대사를 중얼거렸다.

 

 “그게 잘못이야, 이 멍청아. 모든 건 네가 멍청해서라고….”

 

 “야. 너 뭐하냐?”

 

 순간 누군가가 지은의 등을 툭 쳤고, 게슴츠레 뒤를 본 지은은 이내 상대방을 확인하고는 다시 휙 몸을 틀었다.

 

 “뭐냐.”

 

 “…팀 프로젝트 엎어졌다고 해서 와봤더니, 멀쩡한가 보다?”

 

 일할 정신도 있는 걸 보면. 중얼거리는 그녀는 지은의 동기였다.

 

 “다 망해라. 다 망해버려.”

 

 평소라면 ‘남의 속 뒤집으려고 왔냐?!’ 화를 낼 법한 지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꾸조차 하질 않았다.

 

 “뭐하냐, 너 진짜…? 와. 너 지금 해피엔딩 다 없애버리고 배드 엔딩으로 바꿔버린 거야?”

 

 “게임에서라도 현실을 알려줘야지. 여러분- 헌신하면 헌신짝 되고 열심히 한 놈들은 과로사로 다 뒤져요. 하라는 대로 열심히만 하면 다 보상 받을 것 같죠? 그거, 동화예요. 실전에선 배드 엔딩 각이에요.”

 

 “……야, 니네 프로젝트. 잠깐 홀딩해둔 게 아니라 완전히 끝이래? 확률도 없대?”

 

 지은은 입을 꾹 다물었고 그 침묵의 의미는 ‘완전히 끝’이라는 뜻이었다. 동기는 지은에게 뭔가를 더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뭔가를 더 물었다가는 몇 달 밤낮을 새가며 야근했는데도, 출시 한 달 앞두고 프로젝트 엎어진 그녀의 멘탈이 남아나지 못할 듯 했다.

 

 저러다 시간 지나면 알아서 멘탈 회복하겠지, 싶어 돌아섰다.

 

 “야, 기분 나아지면 연락해. 술이라도 마시자.”

 

 이윽고 동기는 지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뒤 사라졌고, 배드 엔딩을 미친 듯이 써재끼던 지은은 모든 작업을 마치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아, 진짜. 기분 거지같네.’

 

 모니터를 두드릴 때만 해도 잠시 잊을 수 있던 허탈감이 그녀를 덮쳐왔다. 아직도 머릿속에서는 게임 타이틀 화면이 반짝이는 듯 했다.

 

 지은이 기획자로 참여한 공포 생존게임, <블러드 필드에서 탈출하는 방법>.

 

 서양 유럽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었으며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었다.

 

 평화로운 에니타스 제국이 갑자기 신의 저주를 받아 블러드 필드로 변한다. 곳곳에 저주받은 생명체인 ‘크리처'가 나타나고, 그들은 좀비처럼 사람들을 전염 시킨다. 다른 생존자들은 크리처들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아야 한다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엔딩을 보는 것이 이 게임의 최종 목표였다.

 

 아웃라스트, 이블 위딘을 비롯한 생존물 공포 게임이 강세를 보이자 로맨스 게임만 만들던 회사인 <로맨틱 스토리즈>에서는 호러를 넣은 여성향 게임을 만들겠다며 추진했던 프로젝트였다.

 

 로맨스와 공포. 지은이 사랑하는 장르들이었다. 열과 성을 다해 임했고 자신과 같은 취향을 가진 유저들이 즐겁게 플레이 해줄 것을 기대하며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낙동강 오리알. 아니, 오리알 신세는 좀 낫겠다. 살아있기라도 하니까.’

 

 생존물을 쓰는 사람으로서, 정말, 진심으로 생존하고 싶었는데.

 

 ‘결과는 헬이네.’

 

 지은은 모니터 화면에서 반짝거리는 지난 작업물들을 차례대로 클릭해 보았다.

 

 블러드 필드 기획서_최종

 블러드 필드 기획서_진짜 최종

 블러드 필드 기획서_진짜 최종의 최종의 최종의…

 

 

 진짜 최종본이 도대체 뭔지도 모를 만큼 많은 수의 최종본들이 서로가 진짜라며 나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은 알까. 진짜 최종본 따위, 없다는 걸.

 

 “…그래. 얼마나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로 바뀌었을지, 한 번 보자.”

 

 방금 전까지 모든 수정을 마친 스크립트를 업로드 한 뒤 직접 게임 화면에 들어가 플레이를 해보려던 때였다.

 

 휘이잉.

 

 순간 등 뒤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뒤를 돌아보니 살며시 열린 창문 틈새로 들어온 바람이 커튼을 흔들고 있었다. 지은이 창문을 꼭 닫고 다시 자리에 앉을 때, 이번에는 책상에 두었던 검은 토끼 인형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참나. 출시도 엎어졌는데, 너까지 엎어져?’

 

 인형도 제자리에 두고 모든 창문을 꼼꼼히 닫은 뒤 진짜로 자리에 앉았다.

 

 <블러드 필드에서 탈출하는 방법>

 

 이윽고 익숙한 플레이 화면이 떴고 아쉬우면서도 섭섭한 이유모를 감정에 휩싸일 때쯤, 캐릭터 선택 화면에 이질적인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히든 캐릭터 잠금 해제 조건 달성>

 

 반짝이는 알림창을 클릭하니, 플레이 시작 화면에서 본 적 없는 캐릭터 하나가 추가 되어 있었다.

 

 ‘헤르미안 시드 플로리스?’

 

 더구나 신캐는 디자인이 보이지 않는 검정 실루엣이었다.

 

 “얜 뭐지? 설마 팀장도 빡쳐서 신캐 넣었나.”

 

 아니지. 아마 팀장은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할 열정 따위 없었을 것이다. 출시 미적지근해지자 누구보다 빠르게 손절한 인간이니까.

 

 ‘그럼 얜 뭐지?’

 

 헤르미안 시드 플로리스, 캐릭터를 클릭하여 플레이 시작 버튼을 눌렀을 때였다.

 

 푸쉭.

 

 갑자기 모니터가 바람에 모닥불 꺼지듯 꺼져버렸다.

 

 당황하기도 잠시. 곧바로 시야가 모니터 화면 꺼지듯 새까맣게 꺼져버렸다.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입도 열 수 없었다. 무언가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쥐어짜고 있었다.

 

 숨을 쉬기 힘들어 점점 몽롱해지는 시야에 붉은 물감으로 쓴 듯한 글씨가 흐릿하게 번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원래 세계로 돌아왔구나, 내 아이야.>

 

 그 말을 끝으로 지은은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

 

 히히히힝.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말 울음소리에 눈을 번쩍 뜬 그녀의 앞에 맨 처음 보인 건 마차 천장이었다.

 

 “?!”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번쩍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맞은편에는 인자하게 생긴 귀부인이 그녀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누구세요?”

 

 그녀는 지은의 질문에 별 다른 대꾸 없이 빙그레 웃으며 펜던트 하나를 내밀었다.

 

 “깨어났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랏빛 보석이 테두리마다 박힌 펜던트는 딱 보기에도 화려했다. 그러나 테두리보다도 화려한 것은 펜던트 중앙에 박힌 장미 문양이었다. 그 펜던트를 받아들고는 멍하니 바라보는 지은에게 여성은 어서 목에 걸어보라며 고갯짓했다.

 

 “잠깐만요. 일단 상황 설명 먼저 해주시면 안 될까요?”

 

 분명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헤르미안이라는 캐릭터로 플레이 시작 버튼을 눌렀다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을 떠보니 판타지 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여자 한 명과 같이 마차를 타고 있다고?

 

 ‘나 설마 출시 엎어졌다고 정신 놓았나? 아니면 이거 꿈인가? 아니면 그 게임 설마 가상현실 VR이었던 건가?’

 

 아무래도 후자가 제일 확률이 컸다.

 

 “나가기! 나가기! 엑시트! 게임 종료! 그만 두기!”

 

 별별 말을 다 뱉어보았으나 변하는 건 하나도 없었고 눈앞의 여자가 나를 보는 눈빛은 점점 안타까워져만 갔다.

 

 “악!”

 

 그 순간 마차의 동그란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뭐지? 내 눈 보라색이네? 로브 입었네? 내가 아니네?!”

 

 그러나 팔을 피날 정도로 꼬집어 봐도 아프기만 할뿐, 꿈이라고 느껴질 만한 어떤 단서도 보이질 않았다.

 

 ‘이거 설마 빙의인가? 소설 속에서만 보던 그 빙의? 진짜로?’

 

 그렇다면 너무 불친절한 것 아닌가?

 

 보통은 애기 녀석으로 빙의하거나, 상황 다 아는 악녀로 빙의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위에 돌봐주는 시녀들이 ‘아가씨- 며칠 동안이나 정신을 못 차리셨어요, 흑흑. 자살하려고 하셨다고요- 엉엉.’ 하는 부연 설명이라도 해주잖아?

 

 ‘근데 왜 나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거지?’

 

 당황해 안절부절 못하는 지은. 눈앞의 흰색 베일을 쓴 여성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 지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마음도 많이 다치셨겠죠.”

 

 그래, 출시 엎어진 게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지옥까지는 아니었어! 퇴직금이 남아있었다고!

 

 “우선은 상황을 설명해드릴게요.”

 

 여자는 얼굴을 가렸던 베일을 벗었고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꺄아악!”

 

 지은은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귀부인의 표정이 한 순간에 구겨졌다가 이내 서서히 원상태로 돌아왔다.

 

 “놀랐잖아요, 아가씨. 전 셀레나 사제라고 합니다.”

 

 그래. 네가 셀레나 사제인 게 문제라고!

 

 지은은 쿵쾅쿵쾅 요동치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켜 보았다. 하지만 쉽사리 진정이 되질 않았다.

 

 ‘셀레나 사제라면… 블러드 필드의 중간 보스 같은 존재.’

 

 원래는 에니타스 제국의 수호신인 성 에니타스를 모시는 사제였다. 그러나 블러드 필드가 활성화되면서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생존자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악마였다.

 

 ‘왜 눈 떠보니까 네가 있어…?’

 

 생각하기도 잠시, 그녀는 지은이 빙의한 캐릭터의 설정에 대해 읊어주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에니타스 제국에는 시드 백작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가씨의 가문이지요. 시드 백작님은 폐하의 명을 받아 변경을 지키러 가야만 했고, 그 당시 가족들도 함께 변경으로 떠났습니다.”

 

 그 뒤로 셀레나 사제가 알려준 헤르미안의 이력은 이러했다.

 

 갑작스레 떠난 변경 지방에 신의 저주가 떨어졌다. 그 지방은 한순간에 블러드 필드가 되어버렸고 다른 외부인의 침입은 모두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나도록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황성 사람들은 모두 시드 백작가를 비롯한 변경 지방의 사람들이 모두 죽은 것으로만 알았다.

 

 “헌데, 어젯밤. 변경 지방과 가장 가까운 마을, 알프헤임에서 아가씨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겁니다.”

 

 알프헤임에서 처음 발견한 여관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여성 하나가 말을 타고 아주 먼 곳에서부터 도망쳐왔다고 한다. 말도 주인도 상태가 엉망이었고 탈진상태에서 일어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손에 꼭 쥐고 계셨다고 해요. 그래서 알았지요. 헤르미안 아가씨라는 것을.”

 

 셀레나 사제는 다시 한 번 펜던트를 내밀었다.

 

 “시드 가문의 펜던트입니다. 걸어보세요.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보라색 빛이 유난히 넘실거리며 지은을 노려보는 듯 했다.

 

 ‘이 펜던트를 목에 걸면, 기억이 돌아오는 건가?’

 

 셀레나 사제를 한 번, 그리고 펜던트를 한 번 번갈아 보았다.

 

 “…아가씨. 이제 곧 신전에 도착할 겁니다. 도착하기 전에 펜던트를 걸어보셔야만 해요.”

 

 사제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었고, 하는 수없이 그녀에게서 펜던트를 받아 목에 걸려고 할 때였다.

 

 셀레나와 손이 맞닿던 그 순간, 머릿속에 생전 처음 보는 영상이 2배속을 돌린 영화 화면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신께서 원하는 것은 제물입니다.」

 

 영상의 중심에는 붉은 베일을 쓴 채 수많은 광신자들에게 둘러싸인 셀레나 사제가 있었다.

 

 「여러분들이 죄를 지었습니까? 아니요, 누구보다 선량하게 살아온 여러분들이 아닙니까. 그럼 과연 누구의 잘못으로 인해 우리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을까요?」

 

 순간 셀레나 사제와 광신자들의 눈이 헤르미안을 향했다.

 

 「평화롭던 에니타스를 블러드 필드로 만든 마녀. 저 마녀가 모든 전염병을 몰고 온 쥐새끼가 분명합니다.」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고, 칼이 날아오기 바로 직전. 지은은 영상에서 깨어났다.

 

 이윽고 온통 검은색 화면이 되더니 그 위로 붉은색 타이틀 같은 글씨가 떠올랐다.

 

 <배드 엔딩, 1 : 전염병의 마녀>

 

 몸이 덜덜덜덜 떨려왔다. 지은은 정신을 차린 채 셀레나 사제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그녀는 평온하게 미소 짓고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품속에서 칼을 꺼낼 것만 같았다.

 

 “……저는.”

 

 달리는 마차 밖을 바라보았다. 오르막길이어서인지 속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여긴 그냥 게임인 걸까? 만약 죽으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걸까?’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난 정말 누군가의 몸에 빙의한 것이고, 여기서 죽으면 그대로 끝인 거라면?

 

 ‘일단 최악은 피해야만 한다.’

 

 결심을 내린 지은은 심호흡을 한 차례 한 뒤, 펜던트를 거는 듯 하다가 손이 미끄러진 척, 마차 문을 열었다.

 

 “아이쿠, 몸이 미끄러졌네.”

 

 그리고는 그대로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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