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5-07-21 zx2159
낡고해진 가죽의자에 피가 스며들어 피부와 말라 마치 한피부가 된 느낌이다. 아무도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창고에 혼자 있다는걸 의식하는데 또, 눈을 떳을때 조용한 밤이라 어색했다.
밴슨은 오른손가락을 손톱으로 이리저리 만져 힘이 빠진몸에 기운을 찾고있었다. 총알에 스쳐 구멍이난 목은 목공용 접착제로 발라놓은듯 완벽하게 막혀져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바보같았다. 순간의 감정, 시간이 달라 자신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것 이라 사무칠때는 그냥 도망쳐서 혼자있고싶었다. 총알이 날아오는 창문을 바라본것부터 창문을 박차고 뛰어내려 배에 총알 두발을 정통으로 맞으며 병사위에 뛰어든것까지 아무생각이 없었다.
마라톤 하듯이 달리면서 목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피와 점점 선명해지는 고통에 정신이 아늑해 졌다. 30분후에는 반드시 쫓아 올거라 생각할만큼 천천히 걸었지만 리븐이 모두를 처리했는지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밴슨은 피범벅이가 된옷을 올려 자신의 배를 보았다. 끔찍하게 관통된 몸을 하얀물체가 딱딱하게 채웠다. 이상하게도 배위에 흐른 피는 마르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져있었다. 총알을 맞을때는 높이서 떨어트린 잉크처럼 어디가 정확히 아픈지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되돌릴수없게 망가진 몸의 흉터가 보였다.
어짜피 의미도 없는거 이런거 신경쓰기 싫어 인상을 쓰며 자신의 배에서 눈을 돌린다.
맘대로 몸을 굴려도 죽지도 못한다. 자신이 직접 죽는건 싫어 미친척하고 뛰어든건데 전혀 효과가 없다. 지금 다시 하라하면 그 아픔의 정도를 알았으니 다신 못할것같았다.
"짜..증...나."
다시 한숨을 내쉬고 전기적인 신호처럼 빠르게 흐르는 피를 조절해보려 애썻다. 떨리는 손을 참을수가 없었다. 밴슨은 달팽이가 너무나도 증오스러웠다.
"으아!!!!"
힘을 줘서 떨리는 손으로 오른쪽 목에 붙은 달팽이의 흔적을 잡아댕겼다. 짐승이 된것마냥 침을 흘리며 했지만 그것도 뇌가 떨어지는것 만큼 아파서 하다가 관뒀다.
그러다 한참을 고통이 가라앉길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장소라는걸 알았다. 예전엔 빨간색이고 지붕도 멀쩡했지만 지금은 거의 3분의 1이 날아가있다.
"100년 지났는데도 이렇게 남아있네."
빨간 창고가 있다는건 알았지만 밴슨은 전혀 그 창고와 관련이 없어서 안에 들어와본적이 없었다. 살다보니 여기에 들어오는 날도 오는구나 생각하면서 창고밖을 나섰다. 빛바랜 아스팔트가 눈에 들어왔다. 깜깜한 밤같은데 새벽녘처럼 점점 선명해졌다.
밴슨은 한동안 멍한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해 보면 달팽이는 꽤 자신에게 의지하고 도와주려하는것 같았다. 뭣때문에 인류가 스스로에게 혼돈을 가져올만큼의 폭탄을 던진지도 모르는것같이.
흐릿한 길을 찾아 걸어가보니 문득 자주 산책하던 저수지가 떠올랐다. 노란 꽃들이 피고 벌래들이 매일같이 모여드는 풀밭에 잠시동안 앉아있으면 아무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 인생도 순탄하고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금과 비교하면 인생문제로 고민하거나 앞으로 가족들이랑 헤어져 타지에 갈생각만했으니 그때가 평화 로웠다고 느껴진다.
넉넉하지는 않는 형편에 어린 동생 둘 크는걸 바라보면서 꾿꾿이 살아갔다. 하필이면 마지막 여행에서 그 괴물하고 만나 버렸다. 그리고 하필이면 밴슨은 달팽이가 영역을 확장해가던 그 중심에있었다.
달팽이는 충격을 받으면 폭발하고 거기서 다시 자라나거나 박힌 생명체를 지배했다. 달팽이를 잘못 건들인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에 듣지도 못한 큰 소리를 치면서 실신했다. 좀비같이 괴랄한 번식력으로 점점 사람들과 구분할수없도록 사람들 사이에 파고들고 다시 전이되면서 사회를 붕괴시켰다.
아직도 어제일 처럼 선명하게 기억된다.
양치질을 하고있으면 들어와 장난치던 어린 동생둘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