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재미보다 먼저 배워 버린 이별은, 10살적 처음 술 취한 아버지가 강제로 입안에 쑤셔 넣던 회 맛과 흡사했다. 비릿하고 역겨운 내음, 아이가 도저히 씹어 삼킬 수 없는 그 회를 승수는 아버지에게 얻어맞기 싫어 씹지도 않고 삼켜야 했다.
엄마가 사라진 정월 대보름 밤, 광활한 하늘엔 보름달이 떠 있었지만 그 하늘처럼 밑도 끝도 없이 팽창한 승수의 가슴 속엔 거대한 응어리가 들어차고 있었다.
승수는 가슴 속에 억지로 들어차는 이별을 어떻게 씹어야 할지 몰라 꾸역꾸역 삼켜야 했다.
그날 이후 승수에게 인생이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