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스네이아 아스타로드. 제가 당신의 검이 되겠습니다. 그대가 가는 길에 제가 함께하기를 원합니다. 그대, 카를로스 아데이크에게 제 충성과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한 쪽 무릎을 꿇고 그 앞에 검을 놓은 체 기사 서약을 하는 아스네이아의 모습은 매우 진지해 보였다. 하지만 그걸 지켜보고 있는 카를로스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할 뿐이었다.
"…그대는 공녀라고 하지 않았나?"
"네."
"이런 일은 공녀라는 직위의 사람이 할 만한 일이 아닐 텐데. 게다가 아스타로드 가문은 황제파. 귀족파인 우리 가문과 어울리지 않아. 네가 첩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나?"
카를로스는 냉정하게 그녀를 잘라냈다. 아스네이아는 잠시 입술을 세게 물었다가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꿇고 있던 한 쪽 무릎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금패를 꺼내들었다.
'신분패?'
콰직!!
아름다운 금빛의 신분패가 그의 눈 앞에서 바스라졌다. 신분패에 한계 이상의 마나를 주입해 더 이상 형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금가루가 바람에 날려 반짝거렸다. 아스네이아는 그녀의 손을 한 번 털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됐죠?"
신분패를 없앤다는 것. 그것은 가문은 물론 자신의 근원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특히 속해있는 가문을 중시하는 귀족들 사이에서는 더욱 더 신분패라는 것이 중요했다. 황궁의 무도회에서는 신분패를 초대장 대신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는 그런 중요한 물건을 자신의 앞에서 산산조각 내 버린 그녀가 조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반쯤 충동적으로 그녀를 받아들였다.
"받아들이겠어, 그대의 기사 서약. 마음에 들었거든."
"감사합니다, ……주군."
아스네이아는 마음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의 계획 중 하나의 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