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우리는 왜 서로 다른 곳을
빵빵.
“으..으아…”
하린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밖을 바라 보았다.
이미 새벽이 밝았고 보험차가 도착해 있었다.
철컥.
하린은 뒷자리에서 내렸다.
운전석에서 잠을 잔 태민은 이미 내려서 보험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차는 바퀴를 갈고 급하게 문제가 있는 곳만 수리했다.
3시간 남짓 걸렸다.
둘은 어제 그렇게 찾아 헤매던 강원도 삼척의 맛집 감나무골이라는 식당에 주차장에 들어섰다.
“와..결국 왔네요..대단 하신 듯 해요..”
“아니.. 어제 여기 찾는다고 그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근처인걸 어떻게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먹고 가야지! 안그래요 하린씨?”
어느새 태민은 하린을 하린씨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하린은 태민의 집념에 놀랐다.
보험사에서 온 아저씨에게 물어 물어서 이곳을 겨우 찾아 온 것이다.
‘목표 한 건 절대 놓치지 않는 집념의 사나이구만!’
홍은 태민을 집념의 사나이라 불렀다.
“그러게요. 일단 정말 배가 고파서 쓰러질 지경이긴 해요! 뭐든 좀 따뜻한 걸 먹어요!”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산골의 저녁은 추웠다.
얇은 가디건 하나만 걸치고 왔던 하린은 차 뒷 좌석에서 거의 벌벌 떨면서 잠이 들었었다.
그렇게 둘은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안 먹고 가면 후회할 뻔 했죠?”
“그렇네요- 오랜만에 밥다운 밥 먹었네요. 밤도 새고 에너지도 많이 쏟은 아주 비싼 밥이라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하린은 태민을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태민도 하린의 웃음을 보며 같이 웃었다.
그리고 둘은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들어가세요. 월요일 리허설 때 뵙죠!”
태민은 하린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 하린을 내려 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하린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씻지도 않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
“자자, 오늘 리허설 진행 설명 드립니다.”
월요일 스튜디오 안은 많은 스텝과 배우들로 북적북적 했다.
“일단 오늘 배우 리딩 갈꺼구요- 위험한 액션씬은 합을 맞춰보는 걸 할겁니다.”
조감독이 진행을 맡고 있었다.
하린은 주말 내내 잠을 잤지만 아직도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살짝 하품이 나왔다.
“하린아 피곤해 보인다. 주말에도 일했어?”
어느새 정우가 하린 곁에 다가와서 하린에게 말을 건냈다.
“어? 아..아니..그건 아닌데.. 좀 피곤하네..괜찮아-“
“그래? 다행이다. 이 것 좀 마셔.”
“어? 이게 뭐야?”
“이거 나 피곤할 때마다 마시는 홍삼인데 일단 하나 마셔봐- 괜찮으면 내가 한 박스 사줄께.”
“어? 아니아니야- 이거면 됐어. 고마워.”
속삭이듯 둘이 대화를 하는 동안 조감독의 설명이 끝났다.
“오빠? 나도 피곤한데~~에.”
어느새 다인이 다가와서 정우의 옆에 붙어 있었다.
‘아니 무슨 껌딱지야?’
홍이 하린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해주었다.
“내 말이….”
하린은 아주 조그맣게 혼자서 말했다.
“언니~~ 안녕하세요~~오랜만이에요~ 그때 캠핑장 이후로 처음이네요!”
“아..네.. 잘 지내셨죠?”
“호호호~~~ 그럼요!! 언니 뉴스 보셨죠? 저랑 정우 오빠 이번에 베스트 커플상 받는데요오!!”
“유다인 그런말은 뭐하러 하냐!”
“왜~ 좋은 일은 알리고 축하 받아야지!”
하린에게 축하를 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그래요? 축하드려요.”
마지못해 하린은 축하인사를 건네었다.
“어머~~ 모르셨나보다아! 이제 아시면 됐죠 모~ 우리 정우오빠랑 나랑 정말 잘 어울리나봐요~ 이렇게 커플로 많이들 불러주시네요~”
“유다인, 그만해.”
정우는 정색을 하며 조금 큰소리로 말했다 .
주변의 스텝들도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귀는 이쪽으로 열려있었다.
“그렇네요..아..저는 이만..”
하린은 얼른 자리를 피했다.
“어? 누나!”
오디션에 붙어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하준이 멀리서 하린을 보고 불렀다.
“야! 누나 아니고 피디님.”
“아..그래 피디님!”
“왜 불렀어?”
“피디님 지난 금요일날 어디갔었나 몰라. 그날도 야근했어?”
같은 집에 살지만 주말동안 타이밍이 맞지 않아 하준을 주말동안 못보고 지금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어..어..야 사적인 얘기는 집에 가서하고 리딩준비나 잘해! 너 동생이라고 봐주고 이런거 없으니까! 그리고 여기서는 무조건 피디님이라고 부르고!”
“아 거참 딱딱하게 구시네- 알겠습니다. 도하린 피디님!”
“그렇지! 난 저쪽으로 간다. 수고해.”
하린은 조감독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 도피디님, 이거 좀 확인 부탁드려요.”
하린은 조감독이 내민 콘티들을 검토했다.
광고주 쪽 요구사항과 일치하는지 일일이 보고 있을 때였다.
“하린씨, 주말 잘 쉬셨습니까?”
어느새 태민이 하린의 옆자리에 와서 앉아 있었다.
“아..네..어느분 덕분에 아주 기절한 듯이 잘 쉬었죠.”
“그러게요. 가끔은 그렇게 육체 노동을 해야 기운이 빠져서 푹 쉬게 되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태민이 조금 큰 소리로 웃었다.
리딩 연습을 하던 정우는 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린이 활짝 웃는 얼굴로 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활짝 웃거나 하는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던 정우는 태민을 유심히 보았다.
“오빠? 정우오빠?”
“아..응..”
“오빠 차례인데.”
“아, 미안. 죄송합니다.”
다른 배우들이 정우를 바라 보았다.
정우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리딩에 집중했다.
그렇지만 눈길은 자꾸만 하린이 있는 쪽을 향하고 있었다.
***
“자 지금부터 마지막 리허설이 있겠습니다.다들 스탠바이 해지시구요- 장소가 달라지겠지만 액션은 똑같이 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씬 1 ,테이크1.”
“레디- 액션!”
정우와 다인의 연기가 이어졌다.
다인이 밉상처럼 하린에게 자신의 질투심을 표현하는 아이같이 굴긴해도 프로페셔널 한 배우긴 했다.
‘잘 어울리네..’
“둘이 잘 어울리죠?”
태민이었다.
“그렇네요- 감독님 눈이 틀리지 않네요-“
“왜 그러십니까. 안어울리시게 칭찬을 다해주시고.”
“싫으면 다시 그 칭찬 거두어 들이죠-“
어느새 둘은 편하게 대화하고 농담을 하고 있었다.
‘야- 도하린 신감독이란 사람이랑 되게 편해졌나봐-‘
“고생하면 친해진다더니 좀 편하긴 하네-“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것을 확인한 하린이 홍에게 대답했다.
‘으아- 우리 도하린이 바뀌었어요!’
“흠- 나 원래 이랬지 않아?”
‘안그랬거든요-‘
홍은 웃으면서 하린에게 대답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게 홍은 기쁘기도 했다.
‘하린아- 나 이제 얼마 안남았어-‘
“응? 뭐가?”
‘인턴 가디언 기간 끝나가-‘
“벌써?”
‘그래.. 이제 일주일 남았네-‘
“아…벌써 그렇게 됐구나..”
“어? 하린씨 또 혼자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이제 리허설 끝났으니 여기 한번 보시죠-“
태민이 또 홍과 하린이 이야기하는데 찾아왔다.
매번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홍에게 대답을 했는데 이상하게도 항상 태민에게 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태민은 하린에게 리허설 후에 수정해야 하는 콘티의 몇몇 부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하린의 의견을 구하였다.
리허설이 끝나고 쉬는 시간.
정우와 다인은 같은 테이블에서 간단한 간식을 먹고 있었다.
태민과 하린도 메인 배우들이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콘티에서 바뀌게 된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다인씨, 다인씨는 여기서 이렇게 동선을 해주시는게 제품이 더 잘 보일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부분에서는 지금 여기 고쳐진 콘티처럼 해지시기 부탁드립니다. 콘티는 다시 프린트해서 조감독이 나눠 줄 겁니다.”
“이거 왜 이렇게 해야해요? 전 이해 안되는데.”
“아- 다인씨, 이건 제가 좀 설명 드릴께요- 아무래도 이게 커머셜 드라마이다 보니까 다른 작품에서 하시는 연기 동선과 조금 다르게 해주셔야 여기서 자동차의 기능이 잘 설명이 되서 이렇게…..”
“저기요. 언니한테 물어본거 아닌데-“
하린은 당황했다.
“아..제가 제품에 관련된 동선을 짜거나 하는 것은 맡고 있어서 말씀드린 거예요. 혹시 기분 나쁘셨으면.. “
“아니..언니, 제가 감독님이랑 이야기하는데 왜 갑자기 끼어드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