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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30 21:55
[응모]_매직 스피어_로맨스판타지_김언희
  글쓴이 : 후더닛
조회 : 494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장현도.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으나 지키기 못했다. 삶의 중심인 사랑을 잃었으니 당연히 삶도 파멸. 그렇게 죽은 듯이 살았다. 뺏겨 버린 사랑이 남긴 아픈 상처만 고씹으며. 열 여덟에 그녀를 처음 만났다. 이름은 공바라. 바라(波羅 )는 불교에서 저승 혹은 피안을 뜻하는 말. 이름처럼 그녀는 이승의 존재 같지 않았다. 세 살 적에 이미 책을 술술 읽을 줄 있었던 천재인 그녀는 현도에게 무한의 우주가 가진 신비에 대해 말한다. 바라는 현도가 '매직 스피어'라고 말했지만, 현도에게도 바라는 '매직 스피어'였다. 너무나 강한 그녀의 인력으로 이미 자신의 의지로 되돌릴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버렸으니까.

 "넌 매직 스피어 같아. 난 그러니까. 사건 지평선을 넘어버렸어. 나는, 언젠가 너한테 빨려들어가 소멸하겠지."(p. 86)

해바라기가 무의식적으로 태양을 따라 돌듯이, 여름밤의 불나방들이 제 몸이 타죽을 것 알면서도 불빛을 향해 모여들듯이, 현도는 삶의 항성 바라가 가진 중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바라가 처음 고백할 때 했던 말 그대로 현도 역시 그녀가 자신의 무덤이었다.

 "네가, 나의 무덤이 된다면,
 그 속에서, 영원히." (p. 67)

그는 영원히 바라의 위성이었다. 그런 항성이 사라졌다. 현도의 세계가 먹먹한 어둠에 먹혀버린 건 당연지사. 어깨 넘어 배운 의료 기술로 성형 수술 능력이 떨어지는 한 병원 원장을 대신해 수술을 해주며 남의 그늘로 사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그는 불현듯 메일 하나를 받는다. 제목은 '보리수'. 바라가 너무나 좋아했던 슈베르트의 가곡 제목. 메세지는 짧았지만, 그것이 예전에 바라와 함께 찾아갔던 절이라는 것을 깨달은 현도는 거기를 찾았다가 주지 스님에게서 물건 하나를 받는다. 바로 자기가 원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매직 스피어'를. 현도는 그 장치를 쓰려고 한다. 잃어버린 자신의 항성을 찾기 위하여. 수능 시험을 치던 날,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바라를 살리기 위해. 그 바라를 '바라아제(波羅揭帝 : 저승으로 가는 걸 뜻한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라 하여 읽게 된, 김언희 작가의 '매직 스피어'는 이렇게 강렬한 로맨스를 하나의 주축에 두고 그것을 '타임-루프'와 '화엄일승법계도'를 씨줄과 날줄로 하여 풀어간 재기 넘치는 소설이었다. 읽고 난 뒤의 첫 소감은 다양한 종류의 초밥을 먹을 수 있는 회전초밥 같다는 것. 로맨스 맛도 났다가, SF 맛도 나고, 스릴러 맛이 나다가도 구도 소설의 맛도 났다. 이렇게 다양한 맛이 나는데도 서로가 서로를 뭉개지 않고 모든 맛을 고루 느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읽고 난 후엔 꽤나 든든한 느낌이었다. 적어도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바랐던 것, '몇 시간 즐겁고 흥미로운 읽을거리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데엔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있었다. 소설 중반을 넘어서면서 바라와 그녀의 엄마 진명주 살인에 얽힌 비밀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때는 스릴러의 재미 또한 상당하므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권해드리고 싶다.

 이 소설의 이채로운 점은 역시 화엄 사상을 가지고 온 것이라 하겠다. 만일 이 소설을 로맨스 소설로 볼 수 있다면 그 독특성은 더욱 배가 된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여타의 로맨스 소설과 다르게 이 소설은 그것들과 완전히 정반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로맨스 소설은 맺어지는 게 목적이다. 밀당도 있고 갈등도 있지만 모두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히 굳어지는 것처럼 결합을 보다 극적으로 만들고 여물게 만드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게 사랑은 보상을 받는다. 행복한 미래가 전리품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른 것을 말한다. 스님이 현도에게 매직 스피어를 건네 줄 때 했던 다음과 같은 말은 이 소설의 주제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무량원겁즉일념이고 일념즉시무량겁이라. 한순간의 생각이 무량겁을 이루고 무량겁의 세월이 찰나의 일념이니, 펼치면 무량겁이요 접으면 찰나라. 시공을 초월하여 무량겁 또한 흔적 없으니. 모든 것이 인연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법인데. 현도야, 너무 집착하지 말아라."(p. 142)

 때문에 '매직 스피어'는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주인공의 애절한 사랑을 이뤄지게 도와주는 도구가 아니라 주인공이 내려놓지 못하는 망집의 구현체에 다름 없는 것이다. 이것은 책이 주제의 구현을 위해 이끌어 오는 화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화엄이란, 모든 것이 서로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대립을 초월해 하나로 융합하는 것을 거대한 지향점으로 삼는데, 매직 스피어는 화엄에서 요구하는 자기의 포기를 거꾸로 계속 집착하게 하니까 말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이 빛의 무리가 되어 전 세계에 흩어져 있을 것이며 현도 곁에도 서 있겠다고 한 바라의 유언은 의미심장하다. 바로 이것이 화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주와 일체가 되려는 바라를 매직 스피어는 그러지 못하게 만들고 바라를 유한한 하나의 육신에만 가둬두려 한다. 현도의 오욕에 적극 호응하여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직 스피어는 사실 방해물이며 결국엔 버려야 할 것에 불과하다. 소설엔 매직 스피어를 철저하게 개인적인 욕망을 이루는 데 쓰는 인물도 나오는데, 사실 이 인물을 단순히 악역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분명, 작가는 바라의 원대로 현도가 바라를 향한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지 못하고 끝까지 집착했을 경우 취하게 될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인물을 설정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인물은 현도의 '하이드'라고 보아야 한다. 사랑을 위해 손으로 움켜잡기 보다는 오히려 사랑하기 때문에 움켜쥔 손을 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지만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찍지 말자. 그것도 민폐다. 내 사랑이라고 다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고집은 사랑을 더 병들게 만들 뿐이다. 때로는 접고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 소유욕으로 구속하기 보다는 포기로 상대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도 사랑이다. 이런 것을 말하는 로맨스 소설이라니, 어찌 이채롭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명한 현대 물리학자인 미치오 가쿠에 따르면 매직 스피어 안으로 진입하게 되면 존재를 이루는 원자들이 모조리 분해된다고 한다. 매직 스피어는 상대의 공존을 인정하지 않는 공간인 것이다. 작가가 장치의 이름을 굳이 '매직 스피어'로 한 것은 그 공간이 모든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연유했겠지만 이렇게 타자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도 연유했을 것이라 보인다. 나만의 욕망에 집착하는 마음은 정녕 매직 스피어를 닮았으니까. 혹여 내 사랑이 그런 매직 스피어인 것은 아닌지 늘 살펴 볼 일이다.


 - 인용문은 연재분에선 출처를 정확히 명기할 수 없어서 출간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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