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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24 16:33
[응모]_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_로맨스판타지_산소로
  글쓴이 : 아스타라
조회 : 439  
PC통신이라는 시대 이후로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소설 연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즉 역사가 반백년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그마한 커뮤니티로 시작했던 인터넷 소설은 이제 거대 플랫폼을 뒤에 업고 시장을 넓히고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넓혀진 시장 속에서 많은 독자를 이끌어낸 소설은 역으로 출판업계에까지 진출했다.

 기존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발전 과정을 지켜본 나는 호기심이 동했다. 대체 무엇이 재밌길래 독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주변인에게 묻고 물어 웹소설을 어디서 볼 수 있었는 지에 대해 물어본 나는 무작위로 여러 작품을 뽑아 읽어보았다. 첫 감상은 별로였다. 이런 게 정녕 프로의 글인가 싶은 것도 없잖아 있었다. 내 기대가 과했는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읽어내려 갔다. 생각보다 많은 글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색다른 자극을 주었던 글을 없었다.

 인생은 늘 우연하다. 우연은 사람을 바꾸고 생각을 변화시킨다. 평소와 같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던 나는 소설 하나를 추천받았다. 분명 내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흘러넘길 정도로 이상한 제목을 가진 작품이었다.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의 첫인상은 그러했다. 나는 한 사람이 추천하는 소설 중에는 생각보다 과대평가된 소설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악녀는 모래시계에 대한 추천을 속으로 삼켰던 나였다. 두 번째 추천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두 번, 세 번의 추천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플랫폼을 통해 악녀는 모래시계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그 때를 되새기자면 재미없었다고 확언할 수 있다. 애초에 첫 문장부터 사람 혼을 빼놓는 글이란 건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고 생각하니, 문제는 없으리라. 내가 이 작품에 몰입하기 시작했던 것은 십 수 화가 끝났을 때였을 것이다. 그렇게 무료로 제공되는 편을 다 본 후의 감상은,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되는데?’였으니, 작가에게 글쓰는 재능이 충분히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궁금증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수십 화를 결제한 후였다.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다. 지금도 생각나면 다시 보기도 하니, 나는 이 소설을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의향이 있다. 추천받는 사람에서 시작해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변할거라고 그때의 나는 생각지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첫 번째 삶에서의 여주인공은 악역에게 휘둘리고 혀에 놀아나 스스로 자멸하는 꼴을 맞이했다. 세간에서는 악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씌게 된 채 목숨을 잃었으니 억울해하지 않고 어찌 배기랴. 그녀는 이 일로 인해 자신의 삶에서 주체적이고 사회에서의 인맥과 자본으로 복수를 하려한다. 간혹가다 악수를 두기도 했으나, 그것은 여주인공이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간질간질하고 작위적인 묘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게 그것 나름대로 작품과도 잘 어울려 피식하고 웃음을 뱉을 수도 있었던 것 같고, 뒷내용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데도 일조한 것 같다. 여주인공은 소설의 악역들을 조금씩 코너로 몰아넣었고, 그 때마다 소설에 표현되는 악역들의 감정 묘사는 나를 하여금 짜릿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중에서도, 악역들은 작중 내에서 아직 자신들이 여주인공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으며, 판을 자기 마음대로 엎을 수 있다 착각하는 것도 개인적인 취향에 맞았다. 이야기가 점차 진행될수록 악역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첫 번째 삶에서 여주인공이 그러했듯 말이다.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라는 작품은 플롯이 간단하면서도 서브 플롯이 잘 구성되어 훌륭한 스토리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분명 복수극을 따라가면서도 서브 플롯으로 이어졌던 연애 구성이 추후에 메인 플롯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관찰하면서 보다보면 작품이 굉장히 유기적이고 유연하게 구성되어있음에 감탄을 표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결과적으로 추려 말하자면, 여주인공은 첫 번째 삶을 교훈 삼아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악역들의 주변인물들을 이용해 비참하게 끝을 내는 등 아주 능동적이고 영악하게 스토리를 전개한다. 남주인공은 초반 등장은 작위적이었으나 끝맺음에 다가갈수록 기존 역사와 어떻게 달리 살아왔는지 나오면서 악역들을 몰아내는데 한 몫 하니 하나하나 인물들이 낭비되는 곳이 없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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