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가격/천상인
어느 날, 너도 문득 네 안의 깊은 허방이 어느 정도 팽창하였는지
얼마나 깊은지 궁금해 오는 마음을 못 이겨,
세상을 휘젓던 네 초라한 손을 부끄러운 듯 슥 밀어 넣어 볼 것이다.
그 허방 속 잡히진 않지만 많은 촉감들이 손바닥을 빠져 나갈 때
너는 곧이어 계산을 하겠지 이 허방의 가격은 얼마일까?
이 허방으로 난 무엇을 살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살 수 없을까?
저 수많은 생명들이 어느 날 문득 자아의 생소함에 눈 뜨는 날
그곳엔 우주 보다 깊은 어둠의 허방이 생겨나겠지 비로소 온전한
행성하나로 존재하는 스스로를 깨닫겠지.
깊어질수록 우러나오는 사골국물 맛을 내기 위해
네 허방을 아직도 식지 않고 작은 불씨 하나로 깜박이는
네 삶의 군불위에 올려놓고 이 밤을 푹 고우겠지.
아침저녁 누구하나 밥 차려 주는 이 없고, 안녕이냐고 물어주면
늘 내 안녕합니다. 라고 해야 하는, 그 귀찮은 세월을 애당초 팔아,
싸구려 가격에 세상에 적립부금을 넣어 온 내가 어느 날
만기 통장을 들이 밀며 세상에서 얻은 것은,
사람이 아닌 두 생명에게 사랑받으며 한 없이 완벽한 자유였다.
내 고독의 정가는 얼마길레 이토록 완벽한 자유를 살 수 있었던 것 일까?